로스팅은 산지에서 생산된 그린빈에 영혼을 불어넣는 작업입니다. 산지의 고도나 기후가 빚어낸 그린빈은 각각의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그린빈의 특성을 잘 살려내는 중요한 작업이 바로 로스팅입니다. 요즘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계들이 개발되고 생산되는데 어떤 로스터를 사용하느냐도 중요하겠지만, 가열방식과 구조적인 메커니즘을 우선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형태에 따라서 수평형(horizontal), 수직형(vertical), 유동층(fluidized bed)으로 나눌 수 있으며, 작업방식에 따라서도 나눌 수 있지만 무엇보다 로스터들이 가장 예민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열전달방식(heat transfer)의 구조입니다.
로스터기의 구조
1) 열원 방식
현재 로스터에 사용되는 연료는 크게 가스와 전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 밖에 숯이나 기타 연료도 있지만 극히 드뭅니다. 가스는 액화석유가스(LPG)와 액화천연가스(LNG)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액화석유가스는 원유를 증류하여 각 등급별 기름으로 정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탄과 프로판을 액화시켜서 만든 것이고, 별도의 가스통을 통해 공급됩니다. 액화천연가스는 천연가스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테인을 액화시킨 재료로 대용량 배관을 통해 도시가스로 공급됩니다. 화력 즉, 열량 면에서 액화석유가스가 액화천연가스보다 2배 정도 강해 로스팅에 더 적합하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가스를 공급하는 배관의 크기를 조절하여 비슷한 정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전기를 열원으로 하는 것은 크게 2가지 방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열풍을 발생시키는 별도의 히터를 가동시키는 방법과 코일에 전기를 공급해 열을 발생시킨 후 공기를 흡입하여 데우는 방법이 있습니다. 가스의 경우 순간적인 폭발력과 화력이 강해 빠르고 온도조절이 수월한 반면, 전기의 경우 가열되는 시간이 가스에 비해 깁니다. 이렇듯 로스팅은 로스터의 구조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기 때문에 열원 장식을 이해하면 플레이버를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2) 드럼(Drum)
드럼은 로스터기의 핵심입니다. 내부에는 교반날개가 달려 있는데 회전되면서 콩이 한 곳에 머물지 않고 골고루 열을 잘 흡열 발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보통 직화식보다는 반열풍식 구조의 드럼이 더 두꺼우며 열전도율이 좋습니다. 내부와 외부의 두 겹으로 제작된 듀얼드럼(Dual Drum)과 한 겹으로 제작된 싱글드럼(Single Drum)이 있습니다.
3) 샘플러(Sampler)
로스팅 시 여러 가지 감각을 최대한 동원하게 되는데 로스팅 도중에 수시로 외관의 색과 크기, 향을 체크할 수 있도록 하는 기구입니다.
4) 댐퍼(Damper)
댐퍼는 모든 기계에 달려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계의 메커니즘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는데 드럼 내부의 열이나 로스팅 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미세한 향을 댐퍼의 조절로 배기량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밸브는 액체의 흐름을 조절하는 기능이라면 댐퍼는 기체의 흐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조절을 잘하면 보다 섬세한 향미의 구현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5) 버너(Burner)
열의 흐름을 드럼으로 전달하는 장치이며, 가스 종류에 따라 버너의 노즐 구조가 다르므로 정확히 체크가 필요합니다. 참고로 LNG와 LPG의 경우 압력의 세기와 배관 설비의 공간이 다르므로 장단점을 고려하여 선택할 필요가 있습니다.
6) 사이클론(Cyclone)
로스팅 시 채프(은피나 가루)가 발생하는데 이를 모아주는 장치가 바로 사이클론입니다. 일일점검사항으로 항시 로스팅 전에 확인 후 주기적으로 비워주어야 드럼 내부의 열균형 상태가 일정해집니다.
7) 열(Heat)
물리적 에너지의 일종인 열은 수치로 측정이 가능하며 열에너지의 총량인 열량은 온도에 비례합니다. 로스팅에서 열은 플레이버의 변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열을 이해하는 것은 로스팅 결과를 향상시키는 것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로스팅에 적용되는 열은 크게 대류, 복사, 전도로 나뉩니다.
대류는 가열된 기체나 액체가 순환하며 열을 전달하는 것을 말하는데 뜨거운 기체와 생두가 밀접하게 접촉되기 대문에 열이 한층 더 효율적으로 전달되고 로스팅 결과도 균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복사는 전도나 대류와 달리 매개체 없이도 열이 전달되는 방식이며, 로스팅에서는 가열된 생두나 드럼 등의 요소가 적외복사를 발산하는데 다각도로 열을 가해 생두를 안팎으로 고르게 익게 합니다.
전도는 온도가 높은 물체와 낮은 물체 사이의 전도체를 통해 열이 전달되는 방식으로 로스팅에서는 온도가 낮은 생두가 드럼처럼 온도가 높은 요소와 접촉했을 때 수분을 매개로 한 열전달이 이루어집니다. 특히 로스터의 교반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 생두와 드럼의 접촉시간이 길어져서 스코칭 같은 겉표면이 타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